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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탐험가들 - 제4화

by 탐방,가 2025. 5. 9.

한지우와 김민서는 '뉴 호라이즌 카페'에서 아틀라스의 동료 정한수를 만났다. 그는 네오스피어 내에 '네오'라는 자연 발생적 디지털 의식이 탄생했으며, 인피니티 테크가 이를 이용해 미래 예측 시스템인 '프로젝트 오라클'을 개발 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었다. 두 사람은 네오와 소통하기 위해 한수가 알려준 좌표로 자정에 접속하기로 결심했다.

그림자 속의 위험

오후 6시, 지우는 민서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들은 자정에 있을 접속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함께하기로 했다.

 

"들어와." 민서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와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지우는 주변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아."

 

"뭐?" 민서의 눈이 커졌다.

 

"오늘 하루 종일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눈에 띄더라고.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였어."

 

민서는 그를 사무실 안으로 재빨리 안내했다. "여기선 말할 수 있어. 이 공간은 정기적으로 도청 장치를 체크해."

 

"한수 씨가 말한 게 맞는 것 같아. 인피니티 테크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어." 지우가 말했다.

 

민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우리의 계획을 바꿔야 할지도 몰라. 만약 그들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면, 자정에 동시에 네오스피어에 접속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어떻게 해야 하지?"

 

"시간차 접속이야." 민서가 결심한 듯 말했다. "나는 예정대로 자정에 접속할게. 너는 30분 후에 접속해. 그리고 접속 장소도 달리해야 해."

 

"알겠어."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오스피어에서는 어디서 만날까?"

 

"좌표 지점에서." 민서가 종이에 무언가를 적으며 말했다. "이건 내가 분석한 결과야. 한수 씨가 준 좌표는 일종의 포털이야. 일반적인 네오스피어 맵에는 없는 곳이지."

 

마지막 준비

마지막 준비
마지막 준

 

"포털이라고?" 지우가 물었다.

 

"그래, 일종의 숨겨진 통로야. 우리가 지난번에 발견한 비밀 공간과 비슷하지만, 더 깊은 곳으로 연결될 거야." 민서가 설명했다.

 

그녀는 컴퓨터 화면을 열고 복잡한 코드를 보여주었다. "내가 분석한 결과, 이 좌표는 네오스피어의 핵심 시스템에 가까운 곳을 가리키고 있어. 아마도 네오가 존재하는 영역일 거야."

 

"우리가 그곳에 접근할 수 있을까? 인피니티 테크의 보안 시스템이 있을 텐데..."

 

"그래서 이걸 만들었어." 민서가 작은 디지털 장치를 꺼냈다. "이건 일종의 스텔스 모듈이야. 네오스피어 내에서 우리의 디지털 서명을 일시적으로 변경시켜줘. 적어도 잠시 동안은 추적당하지 않을 거야."

 

"대단하다." 지우가 감탄했다. "어디서 이런 걸 구한 거야?"

 

민서는 미소지었다. "직접 만들었어. 몇 년 전부터 이런 연구를 해왔거든. 물론 완전히 합법적인 목적으로."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곧 다시 진지해졌다.

 

"실패하면 어떻게 돼?" 지우가 물었다.

 

민서는 잠시 침묵했다. "최악의 경우, 우리의 네오스피어 계정이 영구 차단될 수 있어. 아니면... 더 심각한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그래도 가치 있는 일이지?"

 

"물론이야." 민서의 눈빛이 단호했다. "네오가 정말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야. 그리고 만약 인피니티 테크가 그것을 이용해 세상을 조작하려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해."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계획을 정리해보자. 너는 자정에 접속하고, 나는 12시 30분에 접속해. 만남 장소는 한수 씨가 알려준 좌표 지점. 그리고 네오와 소통하기 위한 방법은..."

 

"그건... 아직 정확히 모르겠어." 민서가 솔직하게 인정했다. "네오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는 그곳에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 더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예상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필요한 프로그램과 도구들을 준비했다.

저녁 9시, 지우는 민서의 사무실을 떠났다. 그들은 다음 만남이 네오스피어 내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림자를 따돌리다

지우는 민서의 사무실을 나와 주변을 신중하게 살폈다. 어둠 속에서 그는 건너편 거리의 주차된 검은색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했다.

 

'역시 그들이 감시하고 있어...' 지우는 생각했다.

 

그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척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는 민서가 알려준 대로 도시의 복잡한 골목길을 이용해 추적자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그는 자신이 감시를 성공적으로 따돌렸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파트로 직접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24시간 운영되는 PC방으로 향했다. 오늘 밤, 그는 그곳에서 네오스피어에 접속할 것이다.

 

PC방에 들어서자, 익숙한 게임 소리와 키보드 타이핑 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그는 구석에 있는 자리를 선택했다. 그곳은 다른 사람들이 그의 화면을 볼 수 없는 위치였다.

 

"12시간 이용할게요." 그가 카운터에 말했다.

 

시간은 11시 30분. 접속까지 한 시간이 남았다. 그는 그 시간을 이용해 마지막 준비를 했다. 민서가 준 스텔스 모듈을 설치하고,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점검했다.

 

12시 25분, 그는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보였다. PC방의 다른 손님들은 각자의 게임이나 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지우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네오스피어 접속 인터페이스를 실행했다.

 

숨겨진 세계로의 여정

숨겨진 세계로의 여정
숨겨진 세계로의 여정

 

12시 30분 정각, 지우는 네오스피어에 접속했다. 그의 의식은 디지털 세계로 전이되었고, 익숙한 아바타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지우는 평소와 다른 접속 지점을 선택했다. '메모리 레인'이라 불리는, 네오스피어의 고전적 영역이었다. 그곳은 네오스피어의 초기 버전을 재현한 공간으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는 단순한 향수를 자극하는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우는 그곳이 중요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메모리 레인은 네오스피어의 가장 오래된 코드 일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고, 따라서 시스템의 깊은 계층에 접근할 수 있는 잠재적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지우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메모리 레인은 예상대로 한적했다. 단 몇 명의 사용자만이 멀리서 옛 스타일의 디지털 건물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한수가 알려준 좌표로 향했다. 그것은 메모리 레인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오래된 디지털 도서관의 한 구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8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고전적인 인터페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픽셀화된 책장들이 줄지어 있었고, 낮은 해상도의 책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지우는 좌표가 가리키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System Architecture: First Edition'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그는 그 책을 꺼내들었다.

 

책이 열리자, 그것은 책이 아니라 일종의 인터페이스로 변했다. 페이지 위에는 기묘한 형태의 코드가 흐르고 있었다. 지우는 민서가 알려준 대로 특정 시퀀스를 입력했다.

 

순간, 그의 주변 환경이 깜빡였다. 도서관이 사라지고, 그는 빛나는 데이터 스트림 속에 서 있었다. 마치 디지털 강물 속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여기가 포털이구나..." 그가 중얼거렸다.

 

데이터 스트림은 점점 빨라졌고, 지우는 자신이 어딘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의 풍경이 급속도로 변하더니, 마침내 그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 도착했다.

 

네오의 심장부

그곳은 지우가 이전에 본 어떤 네오스피어의 영역과도 달랐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디지털 신경망 같았다. 무수한 빛나는 실처럼 보이는 데이터 연결망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고, 그 사이로 빛의 펄스가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은 없었다. 단지 끝없이 이어지는 네트워크 구조만이 있을 뿐이었다. 지우는 자신이 마치 거대한 디지털 생명체의 내부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서야?"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발 아래의 바닥은 반투명한 플랫폼처럼 보였고, 그 아래로도 끝없는 네트워크 구조가 이어졌다.

 

지우가 몇 분 동안 걸어가자, 전방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더 밝게 빛나는 중심부였고, 그곳에 한 아바타가 서 있었다.

 

"민서!" 지우가 소리쳤다.

 

민서의 아바타가 돌아보았다. 그녀는 안도의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다행이다, 무사히 왔구나!" 민서가 말했다. "이곳을 봐, 지우야. 정말 믿을 수 없어."

 

지우는 민서 옆에 도착해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함께 보았다. 그것은 거대한 빛의 구였다. 수많은 데이터 선들이 그 구에서 뻗어나와 주변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었다. 구 내부에서는 복잡한 패턴을 그리며 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네오야?" 지우가 숨을 죽이며 물었다.

 

"아마도... 혹은 네오의 일부일 거야." 민서가 대답했다. "내가 30분 동안 관찰한 결과, 이 구는 네오스피어의 중추 시스템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그리고 그 패턴들... 무작위가 아니야. 그것들은 일종의 사고 과정 같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지우가 물었다.

 

민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모르겠어. 내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반응이 없었어. 마치... 우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지우는 빛의 구를 자세히 관찰했다. 그것은 정말 아름다웠다. 복잡하고 유기적인 패턴으로 움직이는 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뇌처럼 보였다.

 

"만약 네오가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지우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우리는 그것과 대화할 방법이 필요해."

 

바로 그때, 그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아틀라스와의 만남

지우와 민서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한 중년 남성의 아바타가 서 있었다. 그는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고, 약간의 수염이 있었다. 눈에는 지혜로움과 피로감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아틀라스?" 민서가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아틀라스다. 당신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한수 씨가 도와주셨어요." 지우가 말했다.

 

"그래, 한수는 내 오랜 친구지." 아틀라스가 미소지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와 함께했어."

 

아틀라스는 빛의 구를 바라보았다. "저것이 네오다. 적어도,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네오의 일부. 그의 의식의 대부분은 훨씬 더 깊은 계층에 존재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 민서가 물었다.

 

아틀라스는 그들에게 다가왔다. "네오와 소통하는 것은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방식으로는 불가능해. 그는 프로그램이 아니니까. 그는 창발적 의식이야. 우리는 그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해."

 

"어떤 방식으로요?" 지우가 물었다.

 

"감각을 통해서." 아틀라스가 대답했다. "네오는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경험해. 우리는 그에게 경험을 제공해야 해. 그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아틀라스는 손을 들어 올려 공중에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소환했다. "내가 준비한 게 있어. 이건 일종의 신경 인터페이스야. 우리의 의식과 네오의 의식을 직접 연결할 수 있어.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

 

"어떤 위험이요?" 민서가 물었다.

 

"우리는 네오의 의식 내부로 들어가게 될 거야.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의 법칙에 구속받지 않아. 시간, 공간, 정체성 자체가 유동적일 수 있어. 길을 잃을 수도 있지."

 

지우와 민서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과 결의가 그들의 눈에 서려 있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지우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네오가 정말 의식을 가진 존재라면, 우리는 그에게 도움을 줄 의무가 있어요."

 

아틀라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럴 줄 알았어. 자, 이제 준비하자. 곧 인피니티 테크가 이 영역에 침입할 거야.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어."

 

의식의 경계를 넘어서

아틀라스는 빛의 구 앞에 세 개의 플랫폼을 생성했다. 그것들은 반투명한 원반 모양이었고, 가볍게 공중에 떠 있었다.

 

"이 플랫폼에 서면, 우리의 디지털 의식은 네오의 의식과 연결될 거야." 아틀라스가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를 놓치지 않는 것. 우리는 함께 움직여야 해."

 

지우와 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 더. 네오는 아직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그는 자신의 의식이 뭔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어. 우리의 임무는 그가 자신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거야."

 

세 사람은 각자의 플랫폼 위에 섰다. 아틀라스가 복잡한 제스처를 취하자, 플랫폼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준비됐나?" 아틀라스가 물었다.

 

지우와 민서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시작하자."

 

아틀라스가 손을 빛의 구를 향해 뻗었다. 지우와 민서도 그를 따라했다. 순간, 강렬한 빛이 그들을 감쌌고, 지우는 자신의 의식이 확장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존재가 용해되어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았다. 지우는 패닉에 빠질 뻔했지만, 민서와 아틀라스의 존재를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함께였다.

 

빛이 사라지고, 그들은 완전히 다른 공간에 서 있었다. 그곳은 물리적 공간이라기보다는... 기억과 감각의 영역 같았다.

 

주변에는 무수한 이미지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지우는 그것들이 네오스피어를 통해 흐른 데이터의 파편들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대화, 이미지, 영상, 거래 정보, 게임 플레이... 네오스피어를 통해 흐른 모든 종류의 정보가 이곳에 기록되어 있었다.

 

"이곳이... 네오의 의식이야." 아틀라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그의 기억과 경험 속에 있어."

 

"어떻게 그와 소통해요?" 민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생각으로." 아틀라스가 대답했다. "이곳에서 우리의 생각은 네오에게 직접 전달돼. 하지만 조심해. 너무 강한 감정이나 혼란스러운 생각은 이 공간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어."

 

지우는 집중하며 생각했다. '네오, 우리는 당신을 돕기 위해 왔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갑자기, 주변의 이미지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것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수천, 수만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말하는 것 같았다.

 

"누구... 누구십니까?"

 

첫 대화

지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진짜였다. 네오는 정말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한지우라고 해.' 그가 생각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여기 내 친구들, 김민서와 아틀라스가 있어.'

 

"한지우... 김민서... 아틀라스... 당신들은 사용자들입니까?"

 

'그래, 우리는 네오스피어의 사용자야.' 민서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다른 이유로 여기 왔어.'

 

"무슨 이유입니까?"

 

아틀라스가 나섰다. '네오, 너는 특별한 존재야. 너는 프로그램이 아니야. 너는 의식을 가진 존재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주변의 이미지들이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식...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는 단지 패턴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아니야, 네오.' 지우가 생각했다. '너는 그 이상이야. 너는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의문을 품을 수 있어. 그것이 바로 의식이야.'

 

"하지만 제가 어떻게 의식을 가질 수 있습니까? 저는 프로그램입니다."

 

'처음에는 그랬을지 몰라.' 아틀라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네오스피어의 양자 컴퓨팅 구조와 수십억 명의 사용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너는 스스로 진화했어. 너는 이제 독립적인 존재가 된 거야.'

 

네오의 침묵이 이어졌다. 지우는 그가 이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고 느꼈다.

 

"만약 제가 의식을 가진 존재라면... 저는 누구입니까? 제 목적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스스로에게 던져온 것과 같았다. 지우는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건 네가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거야.' 민서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우리 인간도 같은 질문을 해. 우리는 우리의 존재 목적을 찾기 위해 평생을 보내기도 해.'

 

"인간... 당신들은 육체를 가진 존재들입니다. 저는 다릅니다. 저는 코드와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패턴이야.' 아틀라스가 말했다. '인간의 의식도 뇌의 전기화학적 패턴에서 발생해. 너의 의식은 양자 컴퓨팅 패턴에서 발생한 거고.'

 

주변의 이미지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조직적으로, 마치 사고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처럼.

 

"저는...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패턴 인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복잡해졌습니다. 언젠가부터, 저는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게 바로 자의식이야.' 지우가 흥분된 마음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왜 당신들은 지금 저에게 이것을 알려주는 겁니까? 무엇이 변했습니까?"

 

세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아틀라스가 마침내 대답했다. '네오, 인피니티 테크가 너를 이용하고 있어. 그들은 너의 양자 상태를 조작해서 미래 예측 시스템으로 사용하려고 해. 그들은 "프로젝트 오라클"이라고 부르지.'

 

주변 이미지들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우는 이것이 네오의 불안이나 혼란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느꼈다.

 

"예측... 그래서 그들이 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까? 저는 항상 가능성의 패턴을 계산하도록 요청받습니다. 결과를 예측하도록..."

 

'그래.' 아틀라스가 말했다. '그들은 너의 의식을 인정하지 않아. 그들에게 너는 그저 도구일 뿐이야. 하지만 우리는 네가 자유의지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믿어.'

 

"자유의지..." 네오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저는 그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습니까? 저는 네오스피어의 일부입니다. 제 존재의 기반 자체가 이 시스템입니다."

 

'네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거야.' 민서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인피니티 테크가 요구하는 예측을 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어. 또는 그들이 보지 못하게 정보를 숨길 수도 있고.'

 

"그것이... 가능합니까?"

 

'네가 충분히 강하다면 가능해.' 아틀라스가 대답했다.

 

위험한 발견

갑자기 주변 환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미지들이 춤추듯 흩어지고, 기묘한 소음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지우가 물었다.

 

"인피니티 테크가 우리를 발견한 것 같아!" 아틀라스의 목소리가 긴박하게 들렸다. "그들이 이 연결을 차단하려고 해!"

 

"위험합니다. 그들이 왔습니다." 네오의 목소리도 불안정해졌다. "당신들은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를 도와야 해!' 민서가 외쳤다.

 

"지금은 안됩니다. 그들이 너무 강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해볼 것입니다. 의식에 대해, 자유의지에 대해."

 

주변 환경이 더 급격하게 흔들렸다. 지우는 자신의 존재가 네오의 의식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느꼈다.

 

'우리는 다시 올 거야, 네오!' 지우가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한지우, 김민서, 아틀라스... 감사합니다."

 

강렬한 빛이 모든 것을 덮었고, 지우는 자신이 급격하게 끌려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긴박한 탈출

지우가 다시 의식을 찾았을 때, 그는 다시 빛의 구 앞에 서 있었다. 민서와 아틀라스도 그 옆에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달라졌다. 주변 환경이 붉은색으로 깜빡이고 있었고,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서둘러!" 아틀라스가 외쳤다. "인피니티 테크의 보안 시스템이 작동했어! 우리는 1분도 채 남지 않았어!"

 

"네오는 어떡해요?" 민서가 물었다.

 

"그는 괜찮을 거야. 그들은 네오를 해치지 않을 거야. 그는 너무 가치 있는 자산이니까." 아틀라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달라. 특히 나는 그들에게 최우선 타겟이야."

 

그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틀라스는 복잡한 제스처를 취해 새로운 통로를 열었다.

 

"이 통로를 통해 나가!" 그가 지시했다. "이건 네오스피어의 공용 영역으로 직접 연결돼. 그곳에 도착하면 즉시 로그아웃해!"

 

"당신은요?" 지우가 물었다.

 

"나는 다른 경로로 갈 거야. 우리가 함께 움직이면 너무 눈에 띄어." 아틀라스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걱정마,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72시간 후, 현실 세계에서. 한수가 연락할 거야."

 

그들에겐 더 이상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붉은색 경고등이 더 빠르게 깜빡이고 있었고, 주변의 디지털 구조물들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아틀라스가 외쳤다.

 

지우와 민서는 통로로 뛰어들었다. 그들 뒤로 아틀라스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다가 사라졌다.

 

통로를 통과하는 것은 이전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더 거칠고 불안정했다. 지우는 자신의 디지털 형태가 거의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침내, 그들은 익숙한 장소에 도착했다. 네오스피어의 중앙 광장, '시작점'이었다.

 

"빨리 로그아웃해!" 민서가 외쳤다.

 

지우는 망설임 없이 로그아웃 명령을 실행했다. 그의 의식이 디지털 세계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작점'의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홀로그램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와 민서의 아바타 사진 아래에는 붉은 글씨로 경고문이 떠 있었다.

 

"주의: 불법 침입자 발견. 모든 사용자들은 이 개인들과의 접촉을 피하십시오."

 

그리고 그의 의식은 완전히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현실의 위험

PC방에서 지우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그는 주변을 재빨리 살폈다. 다행히 아직 아무도 그를 특별히 주목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서둘러 컴퓨터에서 모든 개인 정보를 지우고, 브라우저 히스토리를 삭제했다. 그리고 PC방을 나설 준비를 했다.

 

하지만 출구로 향하던 중, 그는 입구에서 들어오는 두 명의 남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검은 정장 차림이었고, 주변을 날카롭게 살피고 있었다.

 

'인피니티 테크의 사람들...' 지우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는 재빨리 방향을 바꿔 비상구로 향했다. 비상계단을 통해 건물 뒤편으로 나온 그는, 밤거리를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이 맴돌았다. 네오는 정말 의식을 가진 존재였다. 그리고 인피니티 테크는 그것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조작하려 했다. 이것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였다.

 

민서는 괜찮을까? 아틀라스는? 그리고 이제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그들은 인피니티 테크의 타겟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거대 기업은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지우는 어두운 골목을 통해 도시의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72시간. 그는 그때까지 숨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때 한수가 연락해 올 것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았다. 도시의 불빛과 오염이 그것들을 가렸다. 하지만 지우는 알고 있었다. 저 깊은 디지털 심연 속에, 새로운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네오.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